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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 분노조절이 폭식을 자극할까? 본문
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조절에는 유의한 부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설명력이 작게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내면화된 수치심과 분노조절 간의 부적 상관이 낮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다. 국내의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이 내면화된 수치심과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왔다. 따라서 추후 연구들에서는 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조절도 함께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고생의 분노표현방식 하위요인이 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에 해당하는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은 폭식 행동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에 해당하는 분노조절은 폭식 행동에 유의한 부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역기능적으로 표현할 때 분노를 다루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폭식 행동이 선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역기능적인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이 폭식 행동을 중요하게 예측하는 변인이라고 밝힌 국내외 선행연구들(김지윤, 하은혜, 2013; 소원현, 2009; 이정윤, 2003;Brytek-Matera, 2007; Fassino, Leombruni, Piero, Abbate-Daga, & Rovera, 2003; Ioannou & Fox, 2009)의 결과를 지지한다. 또한 분노가 부정적인 정서라는 것을 고려할 때, 부정적 정서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한 선행연구들(이미현, 채규만, 2012; 조혜진, 권석만, 2011)과도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면, 분노 억제, 분노 표출, 분노조절 순으로 폭식 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분노 표현방식 세 하위요인 중 분노 억제가 가장 강력하게 폭식 행동을 설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분노를 누르고 억제하는 사람일수록 폭식 행동 수준이 더 높다는 국내외 여러 선행연구의 결과들(정희진, 2015; Meyer et al., 2005; Tiller et al., 1995; Waller et al., 2005)과 일치한다. 폭식 행동에 분노 표출이 두 번째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 또한 분노 표출이 폭식 행동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예측한다는 선행연구 결과(Milligan & Waller, 2000)를 지지한다. 국내에서 분노 표현방식과 폭식 행동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가 부족하다(김지윤, 하은혜, 2013)는 점에서 두 변인 간의 관계를 검증한 본 연구의 결과는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역기능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폭식 행동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을 시사하며, 여자 고등학생의 폭식 행동을 완화시키기 위한 상담 및 임상 현장의 치료적 개입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지에 대한 점검과 이에 대해 보다 기능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여고생의 내면화된 수치심이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분노 표현방식의 매개효과를 검증한 결과,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은 내면화된 수치심이 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고생의 내면화된 수치심이 폭식 행동을 직접적으로 예측하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을 통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개인의 부정적 정서가 정서조절의 어려움을 통해 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한 이미현과 채규만(2012)의 연구 결과와 유사한 맥락이다. 즉 수치심이 성격적으로 내면화되어 경험하는 부정적 정서들이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역기능적으로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으로써 개인의 정서적 요인인 내면화된 수치심과 행동적 요인인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의 영향력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반면, 기능적 분노표현방식인 분노조절은 두 변인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내면화된 수치심과의 관계를 검증한 이전 연구 문제들의 결과에서 낮은 부적 상관과 낮은 설명력을 나타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내면화된 수치심과 폭식 행동 사이의 관계에서 분노 조절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할 때, 개인의 다른 보호요인들이 주관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들에서는 분노 조절과 관련한 체계적 검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