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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 내면화되면 어떻게 표현될까 본문
섭식장애는 주로 우울, 불안,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와 관련이 높고(소원현, 2009; 이지은, 2002), 폭식 행동은 그러한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키는 회피 수단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Hawkins & Clement, 1984; Herman & Polivy, 1988), 이는 부정적인 정서와 폭식 행동 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많은 선행연구들은 부정적 정서이면서 자의식 정서인 수치심과 섭식문제 간의 관계를 규명하였고, 특별히 폭식과 관련하여 수치심이 높은 사람이 폭식 행동이 잦으며 폭식의 수준 또한 높다고 보고되었다(Burney & Irwin, 2000; Hayaki et al., 2002; Murray & Waller, 2002; Sanftner et al., 1995). 국내의 연구들에서도 수치심이 섭식 태도, 그중에서도 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규명하였다(가인숙, 현명호, 2006; 백주현, 2007; 이혜선, 김정민, 2014). 또 다른 부정적 정서인 분노는 폭식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개념으로써 설명된다(Hillbert & Tuschen-Caffier, 2007; Zaitsoff et al., 2002). Spielberger(1996)는 개인이 분노를 경험하면 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폭식 행동을 나타낸다고 설명하였는데, 분노 억제가 폭식 행동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정희진, 2015; Meyer et al., 2005; Tiller et al., 1995; Waller et al., 2005)과 분노 표출이 폭식 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변인임을 규명한 연구들(김지윤, 하은혜, 2013; Meyer et al., 2005; Milligan & Waller, 2000)이 그를 뒷받침한다. Tangney 등(1996)은 수치심 수준이 높을수록 분노 감정을 더 많이 보고할 뿐 아니라, 부적응적인 방식으로 분노 감정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국내 선행 연구에서도 내면화된 수치심이 역기능적 분노 표현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검증되었다(김누리, 이정윤, 2015; 김현주, 이정윤, 2011).
앞서 확인한 내면화된 수치심과 폭식행동의 관계, 내면화된 수치심과 분노 표현방식의 관계, 그리고 분노 표현방식과 폭식 행동의 관계를 종합해보면, 내면화된 수치심은 폭식 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변인이며 또한 분노 표현방식의 하위요인 중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를 유의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은 폭식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즉 수치심이 내면화된 사람은 분노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분노를 느낄 때 이를 역기능적으로 억제하거나 표출하는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이러한 표현의 한 형태로 폭식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미현과 채규만(2012)의 연구에서는 부정적 정서와 폭식행동의 관계를 정서조절 곤란이 매개한다고 규명했는데, 내면화된 수치심이 자기 자신 전체에 대하여 느끼는 부정적 정서이며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은 분노라는 정서의 조절 곤란이 역기능적으로 표현되는 표현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서도 내면화된 수치심이 역기능적 분노 표현방식을 통해 폭식 행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에 따라 폭식 행동에 취약한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내면화된 수치심이 폭식 행동을 예측하는지 검증하고, 이 관계를 분노 표현방식의 하위요인인 분노 억제, 분노 표출, 분노조절이 매개하는지 규명한다면 좋은 토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특별히 독립변인으로 고려되는 내면화된 수치심이라는 개념은 전체 자기(self)의 결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성격 특질로 취급하며, 광범위하고 쉽게 변화하기 어려운 특성이라는 점에서 실제 상담이나 치료 장면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한영주, 이희진, 2012). 본 연구로부터 검증된 결과를 통해 일반집단 여고생의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고, 폭식 행동이 발생하는 기제와 경로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치료적 개입에 필요한 기초자료 제공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