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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과 폭식은 관련이 있을까? 본문
현대 사회 대중매체에서는 여자 연예인들의 마른 몸매를 과도하게 미화하고 이슈화하며 외모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한다. 자기 관리라는 미명 하에 가해지는 마른 몸에 대한 이상화와 이러한 사회 규범에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은 외모에 민감한 여성들에게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날씬한 몸매에 대한 사회문화적 압력은 역기능적인 다이어트 행동들을 유발하고 동시에 섭식장애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별히 외모와 관련된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경향은 후기 청소년기에 더 두드러지는데, 이 시기에는 변화하는 신체 이미지에 대한 자의식이 강해지고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때문이다(shaffer, 2005). 이와 같이 발달 과정상에서 보이는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은 다양한 섭식장애에 더욱 취약하도록 작용할 수 있다.
섭식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등으로 구분되는데, 섭식장애의 유형을 구분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측면 중 하나가 폭식행동이다(Wicks-Nelson & Israel, 2014). 반복되는 폭식 행동이 특징인 폭식장애는 DSM-5로 개정되면서 정식 진단으로 추가되었고, 폭식장애가 있는 개인은 전형적으로 자신의 폭식 문제를 부끄러워하며 그 증상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APA, 2013). 이러한 점에서 폭식장애의 실제 발병률은 보고된 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폭식 행동은 명백한 정신장애의 한 발현 양상일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식습관이며(Ackard, Neumark-Sztainer, Story, & Perry, 2003; Croll, Neumark-Sztainer, Story, & Ireland, 2002), 폭식을 하는 행동이 드물게 일어나다가도 그 빈도가 잦아지면서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Greeno, Wing, & Shiffman, 2000)에 따라 폭식 행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섭식과 관련한 문제는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3; APA, 2013; Strigel-Moore et al., 2005), 유병률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빈번히 나타난다(APA, 2013; Wittchen & Jacobi, 2005). 그 중에서도 폭식 행동을 동반한 장애는 대부분 후기 청소년기인 만 16세에서 18세 사이에 발병한다(APA, 2013)는 보고가 있다. 폭식 행동은 부적응적 보상 기능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이혜선, 김정민, 2014), 실제로 선행연구들에서는 폭식 행동이 종종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키는 회피 수단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Hawkins & Clement, 1984; Herman & Polivy, 1988). 부정적 정서에는 불안, 우울, 분노 등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부정 정서들을 많이 경험하도록 하는 성격적 특성 중 하나는 내면화된 수치심이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정서와 나타나는 행동 및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내면화된 수치심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인숙, 최해림, 2005). 많은 선행연구들은 섭식장애와 수치심 정서 간의 관계를 규명하였고, 특별히 폭식과 관련하여 수치심이 높은 사람이 폭식 행동이 잦으며 폭식의 수준 또한 높다고 보고되었다(Burney & Irwin, 2000; Hayaki, Friedman, & Brownell, 2002; Murray & Waller, 2002; Sanftner, Barlow, Marschall, & Tangney, 1995).
이렇게 폭식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변인인 내면화된 수치심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분노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치심과 분노는 일차 감정과 이차 감정으로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서로 밀접한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었다(Lewis, 1971). Tangney 등(1996)은 수치심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분노 감정을 더 많이 보고하며, 분노 감정에 역기능적인 방식으로 반응하거나 회피한다고 주장하였다. 국내 선행연구에서도 내면화된 수치심이 분노 표현방식 하위요인 중 역기능적 분노 표현인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에 유의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되었다(김누리, 이정윤, 2015; 김현주, 이정윤, 2011).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내면화된 수치심 수준이 높을수록 경험하는 분노 감정을 역기능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