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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은 어떤 유형인가? 본문
많은 연구자들이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이 우울에 취약한 성격 양식이며, 성격 양식에 따라 개인이 더 중요하게 가치를 두는 영역에서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때 우울과 같은 부적응적인 결과가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서 결과들은 상당히 혼재되어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성격 양식이 생활 스트레스를 예측하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의 성격 양식이 생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 검증되었으며, 주목할만한 점은 본 연구의 결과가 성격-사건 일치성 가설과 달리, 개인이 덜 중요하게 가치를 두는 영역에서의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력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율 지향성은 낮은 대인관계 능력과 상호작용하여 대인관계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성취 관련 스트레스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김차희(2002)의 연구 결과와 본 연구에서 자율 지향성이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예측하는 설명력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을 토대로 자율 지향적인 사람들이 실제로 대인관계와 관련한 부정적인 사건에 취약할 수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개인의 성격 양식에 따라 그들이 가치를 덜 두는 영역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나타난 Nelson, Hammen, Daley, Burge, & Davila(2001)의 연구 결과를 일부 지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성격 양식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해 더 탐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도한 탐닉행동으로 폭식 행동과 폭음 행동을 보고, 폭식 행동과 폭음 행동이 동일한 메커니즘을 토대로 발달될 것이라는 것을 검토한 점에 의의가 있다. 비록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의 성격 양식이 폭식 및 폭음 행동 모두에 취약한 성격 양식이 아닌 것으로 검증되었지만, 이 또한 폭식 및 폭음 행동이 동일한 메커니즘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발달할 수 있음을 추론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인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Beutler, Consoli, Williams, 1995; Zettle, Haflich, & Reynolds, 1992)에 따라, 성격양식에 따른 치료적 개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회 지향적인 사람들은 집단치료를, 자율 지향적인 사람들은 개인치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Beutler et al.(1995)의 연구를 토대로, 폭식 행동을 하는 개인을 치료함에 있어서 성격 양식을 고려하여 치료적 개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폭음행동의 경우, 본 연구에서 세운 가설과는 다르게 자율 지향성과는 부적인 관계를, 사회 지향성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관계를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로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의 특성 때문 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선행 연구에서는 알코올 의존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일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폭식 행동과 폭음 행동을 보이는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성격 양식이 폭식 행동과 폭음 행동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폭식 및 폭음행동에 대한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의 영향력을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 종단적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단기 횡단적 연구로 선행 연구들에 의한 논리적 근거들로 각 변인 간의 관계를 가정하였기 때문에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의 성격 양식과 생활 스트레스, 부정적 정서, 폭식 및 폭음 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척도 모두 자기 보고식 설문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문항에 대한 반응에 방어나 과장 혹은 문제 축소 등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자기 보고식 설문지를 통해 얻어진 자료의 경우 응답자의 반응 태도에 쉽게 영향을 받는 한계가 있으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보고나 면접 등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폭식장애나 알코올 문제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구성된 임상집단을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화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학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생활 스트레스 척도 중 성취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문항이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나 졸업 후 진로와 관련된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업을 하고 있지 않는 일반 성인이나 임상집단에 본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생활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다른 척도를 사용하여 일반 성인 집단과 임상 집단을 표본으로 하여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폭식과 폭음이라는 제한된 행동만을 통해 과도한 탐닉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소를 설명하려 한 것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폭식과 폭음 행동뿐만 아니라 핸드폰, 쇼핑,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과도한 탐닉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폭식과 폭음 행동 이외의 다양한 중독적인 특성을 보이는 행동에 대한 탐색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측정한 스트레스 척도가 ‘최근 몇 개월 이내’의 스트레스 사건으로 기간을 한정 지었기 때문에 개인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지 못했다. 따라서 실제로 성격 양식에 따라 그들이 가치를 덜 두는 영역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추후 연구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우울과 불안에 취약한 성격양식으로 알려진 사회 지향성과 자율 지향성이 폭식 행동에도 취약한 성격 양식일 수 있다는 것으로 그 범위를 확장한 데에 의의가 있다. 기존 연구 대부분이 사회 지향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자율 지향성도 함께 고려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폭음 행동과의 관계도 고려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폭식 행동과 폭음 행동을 병적인 중독 행동이 아닌, 일반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탐닉 행동으로 연구한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