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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청소년의 분노표현 방식과 신경증 폭식증 간의 상관관계 본문
분노 표현방식과 신경성 폭식증 간의 상관을 살펴보면, 분노 표현방식의 하위요인인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가 신경성 폭식증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즉, 여자 청소년의 분노 표현방식 중 분노 표출, 분노 억제 방식이 높아질수록 신경성 폭식증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는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는 신경성 폭식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신경성 폭식증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적대감 수준이 높고 공격성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분노를 억제하는 여성은 신경성 폭식증이 나타난다고 밝힌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또한, 섭식장애 여성은 높은 수준의 분노와 억압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분노 억제에서 비롯된 우울로 인해 폭식 행동을 할 경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부정정서가 신경성 폭식증에 선행하고 분노 표출을 사용하는 것이 여자 청소년의 신경성 폭식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 선행연구들과 일치한다. 따라서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는 신경성 폭식증에 선행하는 주요인이며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기능적인 분노조절과는 달리 분노 감정을 억누르는 분노 억제와 공격적으로 분출하는 분노 표출은 역기능적 분노 표현이기 때문에 신경성 폭식증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자 청소년의 자기 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미치는 영향에서 분노 표현의 3가지 하위요인(분노 표출, 분노 억제, 분노조절)의 조절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분노 표현의 상호작용 항을 만들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분노 표현의 하위요인 중 분노 표출 방식만이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신경성 폭식증 관계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자 청소년의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분노 표출이 조절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반적으로는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 성향이 높을수록 신경성 폭식증이 증가하나 분노 표출이 낮은 여자 청소년 집단의 경우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 성향이 높아지더라도 신경성 폭식증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는다. 반대로, 분노 표출이 높은 경우에는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된다. 이는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을 의식하고 스스로 선정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완벽해지고자 하는 여자 청소년들은 분노를 경험했을 때 이를 표현하는 방식 중에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폭식 행동을 더 심하게 나타낸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한편, 분노 표현의 하위요인 중 분노 억제와 분노조절은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신경성 폭식증 관계를 조절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억제는 우울과 신체화 증상의 발생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신체화 증상은 분노 정서를 언어적, 행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이상으로써 간접적으로 표현한 결과라는 연구가 이러한 결과를 설명할 수 있겠다. 더욱이 여성의 경우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분노 억제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즉, 분노 억제는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 및 신경증 폭식증 각각과 정적 상관을 보이기는 하지만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분노조절의 조절 효과 역시 유의하지 않았다. 적응적인 분노 표현 방식인 분노조절이 폭식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에서 폭식 행동에 대한 분노조절의 영향력의 가능성이 시사되었고, 폭식은 우울, 불안,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다. 폭식장애를 진단받은 사람들은 폭식 전의 부정적인 정서인 분노가 폭식 후의 정서인 죄책감보다 더 혐오적인 것으로 경험하므로 폭식은 더 혐오적인 폭식 전 정서에 대해 덜 혐오적인 폭식 후 정서로 교환하기 위해 나타나는 행동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로 신경성 폭식증에 대한 교환과 완충 기제로써의 분노조절의 역할 가능성이 시사된다. 따라서 신경성 폭식증은 분노에 대한 조절 과정에서 비롯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고, 분노조절의 수준에 따라서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신경성 폭식증 간의 관계가 달라지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 결과는 신경성 폭식증 치료 장면에서 체중이나 섭식에 대한 초점과 함께 분노 표출의 행동방식을 다루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분노 표출이 높은 여자 청소년 집단의 경우, 타인에게 지각되는 자신의 모습에 민감하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지 못하여 신경성 폭식증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분노를 조절하기 위한 행위로써 신경성 폭식증을 발달시킬 수 있다. 부정정서가 폭식 행동을 선행하며 폭식장애는 부정정서와 정서조절 곤란의 어려움을 보인다는 연구, 신경성 폭식증이 부정정서를 조절하기 위한 정서적 섭식(emotional eating)으로써 스스로 느끼는 분노를 신경성 폭식증으로 조절하고자 한다는 연구 등이 본 연구결과를 뒷받침해 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았을 때, 여자 청소년의 경우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신경성 폭식증 간의 관계에서 분노 억제와 분노조절은 유의한 조절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분노 표출은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와 신경성 폭식증 간의 관계를 유의하게 조절하였으며, 분노 표출은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는 분노 표출이 높은 집단에서만 신경성 폭식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여자 청소년의 신경성 폭식증 예방 및 감소를 위해서는 분노 표출에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겠다.
참고문헌 : 허진, 2017, 여자 청소년의 완벽주의적 자기제시가 신경성 폭식증에 미치는 영향 : 분노표현방식의 조절효과, 동덕여자대학교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