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이야기
폭식증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환경요소 본문
생애 초기의 주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에서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연인관계에서 ‘의심하는 마음’을 더 쉽게 품을 수 있다. 즉, 잠재적으로 관계에 해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을 얻고자 하는 동기를 보다 많이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가 높을 경우 그로 인해 수반되는 부정적인 정서가 폭식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때 그러한 정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폭식 행동에 대한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지향(2006)의 연구 역시 애착 유형에 따라서 대인불안 수준과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서로 다르며, 이는 식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검증한 바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 대처방식의 하위요인 중 폭식 행동을 주요하게 설명해 온 것은 주로 문제 중심적 대처와 정서중심적 대처임을 고려해볼 때, 사회적 지지 추구만이 애착 불안과 폭식 행동 간의 관계에서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가 미치는 매개효과를 조절하는 변인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는 다소 생소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지향(2006)의 연구에서도 불안정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 여대생들의 식사 행동을 유의하게 예언한 것은 스트레스 대처방식 중 정서중심적 대처였으며, 김혜은과 박경(2003)의 연구에서도 정서중심적 대처만이 폭식 행동에 대한 유의한 설명력을 나타내었다. 또한 사회적 지지 추구는 폭식 행동과 부적인 관계를 가진다고 설명된 적극적 대처방식에 해당하는 바, 사회적 지지 추구가 높을수록 폭식 행동에 대한 위험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결과는 사실상 선행연구와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나타난 결과의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가 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과 더불어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와 사회적 지지의 상호작용에 관해 보다 자세히 논할 필요가 있다.
Cohen과 Wills(1985)는 개인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나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며, 그 결과로 부정적인 정서와 심리적인 반응 및 행동적인 반응이 수반된다고 설명하였다. 이 때 사회적 지지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수행한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에는 House(1981)가 분류한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존경의 대상이 되고 애정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정서적 지지로 존중감, 애정, 신뢰, 경청, 배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도구적 지지로 개인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현물, 노동력, 시간, 환경의 개선 등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행위이다. 셋째는 정보적 지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고, 제안,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평가적 지지로 개인의 역할 수행 및 행위에 관한 피드백이나 사회적 비교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폭식 행동에 대한 완충효과를 지니는 사회적 지지는 어떤 종류일까?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가인숙과 현명호(2006)는 사회적 지지의 차원 중 정보적 지지가 가정의 역기능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폭식 행동을 감소시킨다고 밝혔으며,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최주희(1994)와 이지원(2008)의 연구에서도 정보적 지지만이 폭식 행동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설명하였다. 폭식 행동과 사회적 지지 추구는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사회적 지지 추구의 주 효과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에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폭식 행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즉, 애착 불안이 높다고 해도 사회적 지지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폭식 행동의 위험은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라는 요인이 추가될 때, 이러한 효과는 반대로 역전된다.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가 높은 개인들은 관계에 잠재적으로 해가 되는 정보들을 구하려고 동기화된 특성을 보이므로, 사회적 지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정보적인 측면에 초점을 둘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주위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의심하는 마음’에 부합하는 정보를 구하려 노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개인들은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사회적 지지를 추구하는 행동은 되레 관계-위협정보 습득 동기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정서를 증폭시켜 폭식 행동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고문헌 : 남초롱, 2014, 애착불안, 관계-위협정보 습득동기,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가톨릭대학교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