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이야기
여성 폭식증의 원인을 밝힌 연구들 본문
학자 Bowlby(1973)에 의하면,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드물게, 혹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보호와 지지를 받아온 개인력을 가진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지거나 연인으로부터 버려질 가능성에 몰두하게 된다. 따라서 관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 상대방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에 대해 매우 민감해진다. 즉, 이러한 개인들은 친밀한 사이에서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정보를 습득하려는 동기가 높을 것이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정서가 수반된다. 연인관계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느낌이나 생각에 대한 공감의 정확도를 평가했던 Ickes와 Simpson(2001)의 연구를 토대로 하여, Ickes, Dugosh, Simpon과 Wilson(2003)은 이른바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알고자 하는 동기를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하였다. 실제로 불안정 애착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이 척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괴로움, 위협감, 질투심 등의 부정적 정서와 함께 관계가 불만족스럽고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Ickes 등(2003)은 관계에 위협이 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역기능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첨언하였다. 즉, 감정에 치우친 전략에 의존한다면 관계-위협정보를 알고자 하는 동기는 해가 될 것이고, 문제에 초점을 둔 전략을 사용한다면 그러한 동기는 해를 덜 입힐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각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이 폭식 행동을 조절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불쾌한 정서가 일어나는 상황은 일종의 스트레스 상황이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략으로서의 폭식 행동에 대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Yger 등(Yager, Rorty,& Rossotto,1995)은 생활 스트레스 및 고통스러운 정서 상황에서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폭식 행동이 나타나며, 폭식 행동은 스트레스 경험과 스트레스 대처방식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발된다고 설명하였다. 폭식 행동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트레스 대처방식은 회피적이고 정서중심적이며, 문제 중심적 대처방식은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rilo 등(Grilo, Shiffman,& Carter-Campbell,1994)은 폭식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대처방식으로서 폭식을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트레스의 원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대처방식도 중요한 조절 변인으로서 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기술한 사항들을 정리해보자면, 애착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폭식행동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유아기에 형성된 불안정 애착이 이후의 친밀한 대인관계에서 적응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높이며, 폭식 행동은 그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통스러운 정서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관계에 몰입하는 특성을 지닌 불안정 애착 유형의 경우 관계에 위협이 되는 정보를 습득하려는 동기가 높아 그 결과로써 초래되는 부정적 정서에 초점을 둔 대처가 폭식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모형은 폭식 행동에 선행하는 동기적인 측면과 그 결과로써 나타나는 행동적 측면을 함께 다룸으로써 섭식장애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이해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특히 섭식장애 유병률이 높은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그 시기의 발달과업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대인관계이기도 한 연인관계 측면에 초점을 두어, 연인관계에서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반응이 해당 연령대의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폭식 행동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참고문헌 : 남초롱, 2014, 애착불안, 관계-위협정보 습득동기,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가톨릭대학교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