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이야기
폭식증의 원인 - 대인불안과 거부민감성 본문
폭식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대인관계에서의 민감성은, 주로 불안정 애착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대인불안이나 거부 민감성의 맥락에서 설명되어 왔다. 먼저 대인불안은 ‘낯선 사람들에게 노출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나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저하고 지속적인 두려움을 보이며, 그런 상황에서 창피하고 당황스럽게 행동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가지면서 자신이 과연 그렇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의심할 때 대인불안을 경험한다. 일상 속의 대인불안 유발 상황을 살펴보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 때, 낯선 사람들이나 이성과 이야기할 때, 권위자와 이야기할 때,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이야기할 때 등을 들 수 있다. 섭식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불안 중 가장 흔한 것이 이러한 대인불안이며, 구체적으로는 음식과 관련한 사회적 상황에서의 두려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체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그러나 대인불안은 가족과 같이 친밀한 사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지향(2006)의 연구에서는 애착 유형에 따라 대인불안 수준에 차이가 존재하였으며, 대인불안은 이상 식사 행동과 정적인 관계를 보였다. 즉, 불안정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 여대생들은 안정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 여대생들에 비해 대인불안 수준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대인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폭식이나 음식에 대한 몰두 등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다음으로 거부민감성이란 대인관계 상황에서 거절당할 것이라는 불안한 기대를 가지고 있고, 항상 거부를 지각하며, 거절당하는 것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인지-정서적 과정이다.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인 정서적 거절을 경험한 개인은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에게 지지나 수용을 구해야 할 경우 자신이 거절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미리부터 가지게 되고 이러한 것을 회피하려는 것에 가치를 둔다. 즉,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일수록 거절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부 민감성이 낮은 사람들이 비해 타인에게 수용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더 많이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방의 반응에 불안을 느끼는 모습 등을 보이는데, 이것은 폭식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대인관계 유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거부 민감성은 일반적인 대인관계보다는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욱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성정아(2013)는 초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의 연인관계에서 불안정 애착이 자신의 생각 및 느낌을 중요한 타인과 나눌 때 나타날 수 있는 불안을 의미하는 ‘친밀감 두려움(fearofintimacy)’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이 두 변인 간의 관계에서 거부 민감성이 유의한 매개효과를 보였다. 즉,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개인일수록 거부 민감성이 높으며, 이는 연인관계에서 상대방과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부나 애정 상실에 대한 공포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위험으로 이어진다. 또한 중, 고등학교 연령에 해당하는 여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윤채림(2013)의 연구에서는 거부 민감성이 폭식 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변인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인불안과 거부 민감성이라는 두 요인이 애착과 폭식 행동을 연결하는 대인관계 민감성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에서 초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의 발달과업으로 친밀감을 제시하며 연애관계에서 친밀감을 획득할 수 있고, 이에 실패할 경우 고립의 위기를 느낀다고 하였다. 더불어 이 시기의 연애관계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역할실험의 단계로, 이와 같은 친밀감의 경험은 차후의 결혼관과 인생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연애관계가 20대 여성에게서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낯선 관계에서 주로 활성화되는 대인불안과, 친밀한 관계에서 작용하긴 하지만 ‘거절’이라는 맥락에만 해당하는 두려움을 의미하는 거부 민감성은 이 시기의 특징적인 대인관계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남초롱, 2014, 애착불안, 관계-위협정보 습득동기,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가톨릭대학교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