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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폭식증과 분노적인 폭식증 본문
수치심은 자기 조절 능력과 관련되는데, 프로이트는 수치심을 충동을 억제하는 특성으로 보았으며, 에릭슨은 유아가 자기 통제와 자율성을 습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보았다. 피어와 싱어는 수치심을 실제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과 긴장으로 설명하였는데,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에 관한 것이지만 수치심은 ‘실패’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치심은 ‘버림받음’과 ‘유기’와 같은 무의식적인 위협을 야기하는데, 이러한 두려움을 보상하기 위해 자기 처벌적 행동이 나타난다. 실제로, 수치심을 경험하는 사람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적절감을 느끼고, 타인이 자신을 매력 없고 열등하다고 평가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며, 분노와 모욕감을 경험하거나 타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부적 정서들을 많이 경험하도록 하는 성격적 특성 중 하나는 수치심이다. 선행연구에서 수치심이 높은 사람은 이상섭식 행동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으며, 수치심이 높은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폭식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분석적 입장에서 자기애에 대한 주제가 부각되면서 자기애와 수치심 취약성 간의 관련성에 대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한혜림은 자기애 하위 유형에 따른 수치심의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외현적 자기애 경향성이 높을수록 수치심은 낮아지며, 내현적 자기애 경향이 높을수록 수치심 경향과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짐을 보고하였다. 하은혜와 곽진영은 청소년의 자기애와 우울 증상의 관계에서 수치심의 매개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에서 내현적 자기애의 하위 요인 중 자기 중심성 및 과장된 자기 지지, 웅대성, 칭찬과 주목의 요구에서 수치심의 매개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수치심의 정서 경험은 자기애 성향자들의 인정받고 싶은 자기애적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이 수반할 때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심이 섭식장애의 발달 및 유지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이 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밝혀져왔다. 수치심이 높은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폭식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정 정서를 견뎌내는데 어려움을 느끼면 식사 제한이나 폭식과 같은 역기능적인 섭식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심은 자기비판과 낮은 자기 자비 및 신체 불만족을 야기한다. 수치심이 높을수록 섭식장애 증상, 체형과 체중 및 섭식에 대한 과도한 평가, 부적절한 자기, 혐오스러운 자기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혐오스러운 자기 지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의의 초점을 음식에 두고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폭식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은 폭식을 하기 전에 높은 수준의 수치심을 보고하였고, 폭식을 통하여 그 수치심이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트루프의 연구에서도 폭식 증상은 체형과 체중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함께 더 높은 내적 수치심(스스로를 부적절하고 열등한 존재로 경험)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어린 시절의 수치스러웠던 기억도 성인의 섭식장애 증상의 심각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는 폭식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서적 개념으로 설명된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게 나타나는게 사실이지만 이는 주로 방어적인 자존감으로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 중 자신에 대한 확신이 확고히 선 사람들이 오히려 적대감과 분노를 더 많이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Papps과 O’ Carroll (1998)의 연구에서도 자존감과 자기애적 성향이 모두 높은 집단이 분노감 경험과 표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자기애 성향자가 자기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정보에 대해 극단적인 정서 반응, 특히 분노 반응을 보인다는 이론적 제안이 검증되었다. Akhter와 Thomson(1982)은 자기애적 성격자가 웅대한 자기상과 고양된 거짓 자기로 과시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과민성의 특성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할 때 분노와 우울 등의 부정정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들이 비판이나 실패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강하게 반응을 하는 것은 약한 자기 존중감이 위협받았을 때 현실의 의미가 변경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국내에서 진행된 자기애 하위 유형별 연구에서는 실패 피드백 이후의 분노 증가량이 외현적 집단에 비해 내현적 집단이 유의미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사람은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비판에 민감하기 때문에 분노가 발생하여도 분노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적대감과 분노를 경험한다. 기존 연구들에 의하여 상태 분노나 특성 분노는 폭식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변인임이 밝혀져 왔다. 수치심을 기반으로 한 폭식증이든, 분노를 기반으로 한 폭식증이든 간에, 부정적인 정서가 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수준임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수치심과 분노는 내현적 자기애자와 폭식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핵심적 정서이기 때문에 폭식 행동 또는 폭식증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조아라, 2019, 내현적 자기애와 폭식행동 : 정서 경험의 매개효과,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