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인문주의자인 칼뱅의 사상적 배경
칼뱅의 신학은 16세기 종교개혁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그 영향력은 500년이 지난 한국 개신교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국 장로교는 19세기와 20세기 초 미국의 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초기 한국교회는 19세기 후반 근본주의 영향 아래 있는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았다. 근본주의는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반지성적 신학 태도를 취하게 했으며 초기 한국교회가 개인주의적이고 수동적인 기복신앙을 형성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이러한 초기 미국 선교사의 신학을 칼뱅주의라 생각했다. 그들은 칼뱅의 신학적 핵심을 충분히 이어받은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신학은 칼뱅주의자라고 외치고 있지만 칼뱅의 예정론을 옹호했기 때문에 칼뱅주의자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초기 한국교회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미국 선교사들은 칼뱅과 루터와 같은 종교개혁가들의 목소리보다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500년 전 종교 개혁가들의 모습이 과연 지금 칼뱅주의자라 자부하는 한국 장로교의 모습과 같은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칼뱅의 신학은 당시의 시대 상황 안에서 탄생한 시대의 산물이다. 칼뱅은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었던 인문주의자들과의 학문적 교류를 활발히 하였으며 시대정신에 대한 성찰을 그의 신학에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였다.
칼뱅의 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 그리고 그의 저술과 활동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나 그의 신학은 그의 저술을 통해서 분명히 나타난다. 그렇게 나타난 그의 신학은 후에 그의 목회에서 그대로 구현하려고 하였다. 그가 행동하기에 앞서 그의 신학을 펼쳤던 그의 저서에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갖가지 저술의 체계와 언어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전달하고 싶었던 그의 신학의 학문적 방법론으로 그는 인문주의적 수사학을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신학을 이해하는 데는 프랑스 인문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칼뱅은 종교개혁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개신교 신학자 중 독특한 신학자로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그는 깊이 시대정신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뛰어넘은 자라 할 수 있다. 그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기에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역시 인문주의자였다. 그렇다면 칼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문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인문주의는 휴머니즘(humanism)을 번역한 것이다. 휴머니즘은 인간주의, 인본주의, 인도주의, 인문주의, 인간중심주의,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번역된다. 이렇게 다양하게 번역된다는 것은 휴머니즘이 매우 모호하며 다의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휴머니즘을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 삶과 조건에 일차적 관심을 두는 사상이나 신념" 곧 인간성 존중의 태도를 포함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휴머니즘은 존재하지 않은 시대가 없을 정도로 종류와 그 유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게 존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휴머니즘은 서양문명의 기틀이 되는 고전문화를 부활시키고 전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비판의식을 고취시켰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역사의식이 발생했다. 이러한 비판적이고 새로운 역사의식은 역사를 인간의 동기에 의해 발생한 인간 행동으로 기록하고 이해함으로 현세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은 인간의 자아와 개성을 중시하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좁은 의미로 휴머니즘은 14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광범위한 현상이며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학문과 교양과 철학 및 문화 운동을 가리킨다. 중세를(renaissance) 지나며 상실했던 인간의 자유의 정신의 재생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 문학, 수사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루려 했다.
중세에도 라틴고전에 대해 동경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저술의 원천으로 고전을 이용하려 했던 자들은 있었다. 그러다가 15세기에 이르러 건축, 그림, 조각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고전적인 관심이 증폭되자 고전문학에 대한 재생(부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